쉼표 묵상 ②
— 짐과 쉼은 받침이 같다

짐과 쉼은 받침이 같습니다.

‘ㅁ’으로 닫히는 두 글자. 저는 오랫동안 이 둘이 반대말인 줄 알았습니다. 짐을 다 벗어야 쉼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쉼을 자꾸 미뤘습니다. 이 일만 끝나면. 이 짐만 내려놓으면. …… 그런데 그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복음 11:28,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이 초청장을 천천히 다시 읽어 보십시오. 예수님은 ‘짐을 벗고 오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짐 진 자들아, 오라’ 하셨습니다. 자격이 짐입니다. 지금 무겁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초청장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뜻밖입니다. 쉬게 하겠다 하시고는, 곧바로 멍에를 메라 하십니다(마 11:29). 쉼을 주신다면서 왜 멍에입니까. 멍에는 본래 둘이 나란히 메는 기구입니다. 혼자 지던 짐을 이제 함께 지자는 초청입니다. 그래서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 11:30) 하십니다. 짐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함께 지는 분이 달라져서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보입니다. 하나님은 짐을 치워 주시기보다, 짐 밑으로 들어와 주시는 분입니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마 11:29)이 그렇게 하십니다.

짐과 쉼의 받침이 같은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짐의 끝에서 쉼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쉼은 짐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짐을 함께 지시는 분의 이름입니다.

함께 묵상할 질문

  1. 나는 어떤 짐을 ‘다 벗은 후에야’ 주님께 가져가려고 미루고 있습니까?
  2. 이번 주, 그 짐을 진 채로 드릴 기도 한 문장을 지금 적어 본다면?

「쉼표 묵상」은 멈춤 — 맡김 — 맺힘으로 이어지는 세 편의 연작입니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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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워크북』 지중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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