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③
— 열매는 열림이다

가을입니다. 나무마다 열매가 맺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무는 애쓰는 법이 없습니다. 밤새워 일하는 가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맺습니다. 저는 밤새워 일하고도 맺지 못한 날이 많은데 말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 요한복음 15:5,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예수님은 ‘맺으라’ 명령하시기 전에 ‘거하라’ 하십니다. 요한복음 15장 4절에서 10절 사이에만 ‘거하다’라는 말이 열 번 넘게 나옵니다. 열매 이야기는 그다음입니다. 이 순서가 곧 메시지입니다. 머무는 것이 먼저고, 맺히는 것은 따라옵니다.

우리는 자꾸 거꾸로 산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열매를 열심으로 만들어 내려 합니다. 그러나 열매는 열심의 성적표가 아니라 열림의 흔적입니다. 가지가 하는 일은 하나뿐입니다. 나무에 붙어, 수액이 흐르도록 열려 있는 것. 막히지 않는 것.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쥐어짜 열매를 걷으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의 생명을 흘려보내 우리 안에 열매를 맺히게 하시는 농부이십니다(요 15:1). 열매의 공로가 가지의 것이 아니듯, 영광도 농부께 돌아갑니다.

머무름은 미룸이 아닙니다. 가지에게는 머무름이 가장 부지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어디에 붙어 있습니까?

함께 묵상할 질문

  1. 내 삶의 수액이 흐르는 통로 — 말씀과 기도 — 는 지금 열려 있습니까, 막혀 있습니까?
  2. 이번 주에 ‘열심’을 하나 줄이고 ‘열림’을 하나 늘린다면, 각각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쉼표 묵상」은 멈춤 — 맡김 — 맺힘으로 이어지는 세 편의 연작입니다. (3편 ·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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