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①
— 가만히, 그러나 만만치 않은

저는 멈추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기도하다가도 내일 일정을 셉니다. 묵상하다가도 휴대전화에 손이 갑니다. 가만히 있는 것. 그것이 제게는 가장 어려운 영성입니다.

시편 46편은 고요한 시가 아닙니다. 전쟁의 시입니다. 땅이 변하고,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에 빠지고, 물이 솟아나고 뛰놉니다(시 46:2-3). 그 소란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 시편 46:10,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가만히 있으라. 짧은 명령입니다. 그런데 만만하지 않습니다. ‘가만히’는 성경에서 가장 만만치 않은 말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안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걱정이라도 해야, 애라도 태워야, 그나마 뭔가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의 원어 ‘라파’는 ‘손에서 힘을 빼다’에 가깝습니다. 쥐고 흔들던 것을 내려놓으라는 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내 손을 멈춰야,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분주함을 연료로 쓰시는 분이 아닙니다. 산이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는 피난처이시며(시 46:1), 우리가 손을 놓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이 하나님이심을 보이시는 분입니다.

문장은 쉼표에서 숨을 쉽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오늘, 십 분만 멈춰 보시지 않겠습니까. 뉴스도, 걱정도, 계획도 내려놓고.

가만히. ……

함께 묵상할 질문

  1. 나는 무엇을 ‘해야만’ 안심이 됩니까? 그 손에서 힘을 빼면 무엇이 두려워집니까?
  2. 오늘 십 분, 언제 어디에서 멈추시겠습니까?

「쉼표 묵상」은 멈춤 — 맡김 — 맺힘으로 이어지는 세 편의 연작입니다. (1편)

킹스톤출판사 도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워크북』 지중배 지음

진도 빼기 공부가 아니라, 하나의 진리를 가슴 깊이 새기는 묵상 중심 교리 워크북입니다.

제1권 — 비참과 구속 (1~64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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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 성령과 감사 (65~129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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