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과 쉼은 받침이 같습니다.
‘ㅁ’으로 닫히는 두 글자. 저는 오랫동안 이 둘이 반대말인 줄 알았습니다. 짐을 다 벗어야 쉼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쉼을 자꾸 미뤘습니다. 이 일만 끝나면. 이 짐만 내려놓으면. …… 그런데 그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복음 11:28,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이 초청장을 천천히 다시 읽어 보십시오. 예수님은 ‘짐을 벗고 오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짐 진 자들아, 오라’ 하셨습니다. 자격이 짐입니다. 지금 무겁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초청장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뜻밖입니다. 쉬게 하겠다 하시고는, 곧바로 멍에를 메라 하십니다(마 11:29). 쉼을 주신다면서 왜 멍에입니까. 멍에는 본래 둘이 나란히 메는 기구입니다. 혼자 지던 짐을 이제 함께 지자는 초청입니다. 그래서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 11:30) 하십니다. 짐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함께 지는 분이 달라져서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보입니다. 하나님은 짐을 치워 주시기보다, 짐 밑으로 들어와 주시는 분입니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마 11:29)이 그렇게 하십니다.
짐과 쉼의 받침이 같은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짐의 끝에서 쉼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쉼은 짐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짐을 함께 지시는 분의 이름입니다.
함께 묵상할 질문
- 나는 어떤 짐을 ‘다 벗은 후에야’ 주님께 가져가려고 미루고 있습니까?
- 이번 주, 그 짐을 진 채로 드릴 기도 한 문장을 지금 적어 본다면?
「쉼표 묵상」은 멈춤 — 맡김 — 맺힘으로 이어지는 세 편의 연작입니다.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