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답하는 질문
- 4년 전 “규정할 근거가 없다”던 판정은 왜 ‘이단성 있음’으로 바뀌었는가?
- 이단 판정에 출석 인원까지 다시 세는 이유는 무엇인가?
- ‘유예 1년’은 무엇을 위한 시간이었고, 왜 판정으로 끝났는가?
- 세 결의를 관통하는 하나의 잣대는 무엇인가?
한눈 요약. 2026년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예장통합·합동·고신·합신 총회가 세 개의 이단 결의를 내렸다. 판정을 움직인 것은 새로운 폭로가 아니라 반복의 확인이었다. 네 교단의 결의는 모두 신앙고백이라는 같은 잣대 위에서, 수년의 관찰과 절차를 거쳐 내려졌다. 이 글은 결의문 너머의 잣대와 절차를 읽는다.
한 주에 세 번, 잣대가 움직였다
지난 글에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단 판정의 잣대는 사람의 인기도, 교회의 크기도 아니고 신앙고백이라는 것. 그리고 약속드렸습니다. 총회가 폐회하면 올해의 결의들을 그 잣대로 함께 읽어 드리겠다고. 약속대로 돌아왔습니다.
2026년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 장로교회의 주요 총회들이 잇따라 열렸습니다. 예장합동과 예장합신 제111회(9월 15일), 예장통합 제111회(9월 16일), 예장고신 제76회(9월 17일). 그 한 주 동안 세 개의 굵직한 이단 결의가 나왔습니다. 인물도 다르고, 교단도 다르고, 절차도 다릅니다. 그런데 밑바닥에는 같은 잣대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씩 읽어 보겠습니다.
사례 1. 4년 만에 뒤집힌 판정 — 예장통합과 전광훈 목사
9월 16일, 예장통합 제111회 총회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연구보고서를 표결에 부쳤습니다. 총대 1,085명 중 찬성 642표, 반대 364표. 보고서가 채택되었고, 결론은 ‘이단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의가 무거운 이유는 4년 전에 있습니다. 2022년 같은 교단의 제107회 총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잘못된 사상이 보이지 않는다, 곧 이단으로 규정할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같은 교단이 같은 사람에게 4년 만에 반대의 답을 내놓은 셈입니다.
무엇이 판정을 뒤집었을까요. 이대위 보고의 핵심은 새로운 발언이 아니라 같은 발언의 반복이었습니다. 4년 전 총회는 당사자의 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물세례만으로는 부족하고 성령세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주장, 특정 행동을 구원과 직결시키는 발언이 설교와 연설에서 되풀이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대위는 이를 구원론과 성령론을 왜곡하는 이단적 요소로 판단했습니다. 말하자면 판정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것이 아닙니다. 4년 동안 같은 말이 쌓였고, 쌓인 말이 판정을 뒤집었습니다.
용어 하나를 정확히 짚겠습니다. ‘이단’과 ‘이단성’은 다릅니다. 이단은 확정 판정이고, 이단성은 이단적 요소가 확인되었다는 한 단계 앞의 판정입니다. 통합이 이번에 내린 것은 후자입니다. 그리고 공정하게 적어 둘 것이 있습니다. 총회 안에도 직통계시 주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신학적 고찰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있었고, 반대 364표가 그 무게를 보여줍니다. 전 목사 측은 소명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반발했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 부분의 당부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므로, 이 글은 사실만 기록합니다.
사례 2. 출석부터 다시 센 총회 — 예장합동·고신과 정동수 목사
두 번째는 한 사람을 두 교단이 각각 판정한 경우입니다. 킹제임스 흠정역 번역과 온라인 강해로 알려진 인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입니다.
예장합동은 9월 15일 제111회 총회에서 정 목사에 대한 이단 결의를 재확인했습니다. ‘재확인’인 이유가 있습니다. 합동은 2025년 제110회 총회에서 이미 이단으로 결의했는데, 당시 의결 정족수가 채워졌는지 문제가 제기되어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올해 총회는 표결에 앞서 출석부터 셌습니다. 목사 총대 668명, 장로 총대 496명, 합해서 1,164명의 출석을 확인한 뒤 다시 표결했고,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습니다.
이단 판정에 출석 인원까지 따져야 하느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따져야 합니다. 한 사람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일은 그의 목회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판정입니다. 무거운 판정일수록 절차는 가벼울 수 없습니다. 정족수는 머릿수가 아니라, 그 판정의 무게를 총회 전체가 나누어 지겠다는 서명입니다.
판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합동 조사위원회는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가 구원론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개혁신학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며, 정통 교회의 공교회성을 부정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킹제임스 유일주의란 1611년 영어 흠정역 계열의 성경만을 보존된 완전한 성경으로 보고 다른 역본들을 변개된 성경으로 배격하는 입장을 말합니다. 번역본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론과 교회론을 건드리는 주장이기에 판정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이틀 뒤인 9월 17일, 예장고신 제76회 총회도 정동수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습니다. 역시 만장일치였습니다. 그런데 고신의 결의에서 눈여겨볼 것은 결론보다 과정입니다. 고신은 2020년 제70회 총회에서 예의 주시와 교류 자제를 결의했습니다. 2025년 제75회 총회에서는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1년간 연구한 신학 검증 보고서를 받았지만, 그 자리에서 결의하지 않고 교수회에 1년을 더 연구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삼위일체론이 성경과 교단의 신조에 위배된다는 점, 극단적인 반칼빈주의, 침례교만을 참 교회로 보는 폐쇄적 교회관을 근거로 이단 규정에 이르렀습니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 느린 판정과 늦은 판정은 다릅니다. 고신의 6년은 늦어진 것이 아니라, 느리게 확실해진 것입니다.
사례 3. 유예의 끝 — 예장합신과 기쁨의교회
세 번째는 한 교회에 대한 판정입니다. 9월 15일 예장합신 제111회 총회는 용인 기쁨의교회와 정의호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참여와 교류를 금지했습니다.
이 사례의 핵심어는 ‘유예’입니다. 합신은 2025년 총회에서 이 교회에 대한 규정을 1년 유예했습니다. 정 목사가 신사도운동 관련 활동을 인정하고 해당 교리를 더 이상 가르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 절차를 성경에서 배웠습니다.
“이단에 속한 사람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라” — 디도서 3:10,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멀리하라는 명령 앞에 ‘한두 번 훈계한 후에’가 옵니다. 판정보다 훈계가 먼저고, 훈계는 돌이킬 기회입니다. 유예 1년은 바로 그 기회의 시간이었습니다.
1년 뒤, 이대위가 면담과 답변서와 설교를 검토한 결과는 이랬습니다.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직통계시, 가계저주론, 구원이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교에서 반복되었고, 관련 조직과의 관계도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가계저주론이란 조상의 죄가 후손에게 저주로 대물림되므로 이를 별도로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그리스도의 속죄가 충분하다는 복음의 핵심을 훼손합니다. 유예는 눈감아 준 시간이 아니라 눈여겨본 시간이었고, 돌이킴이 없는 유예의 끝은 판정이었습니다.
한 가지 사건이 더 있었습니다. 유예 기간 중에 교단 안의 한 노회가 이 교회를 영입한 것입니다. 총회는 이 문제를 조사할 9인 전권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단 판별이 교단 바깥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세 결의를 관통하는 세 가지
하나, 잣대는 언제나 신앙고백이었습니다. 직통계시는 계시의 종결을, 킹제임스 유일주의는 성경론을, 가계저주론과 구원 취소 주장은 구원론을 건드립니다. 세 판정 모두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고백의 문제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그 잣대 —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고백하는 계시의 종결성과 성경의 충족성 — 가 이번 한 주 동안 실제로 움직인 것입니다.
둘, 판정의 근거는 한 번의 실언이 아니라 반복과 지속이었습니다. 통합은 4년의 반복을, 고신은 6년의 관찰을, 합신은 1년의 유예를 확인한 뒤에 움직였습니다. 총회는 말실수를 심판하는 법정이 아니라, 돌이키지 않는 가르침을 판별하는 파수대입니다.
셋, 절차가 판정만큼 무거웠습니다. 정족수를 다시 세고, 교수회에 두 번 연구를 맡기고, 1년의 유예를 두었습니다. 물론 절차 논란이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소명 기회를 둘러싼 이견은 남아 있고 일부 사안은 법정으로 갔습니다. 그 결과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고, 우리는 지켜볼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성품 하나를 봅니다. 성경은 하나님에 대해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개역개정, 베드로후서 3:9)라고 증언합니다. 판정하시기 전에 기다리시는 하나님, 심판 앞에 회개의 문을 먼저 여시는 하나님입니다. 4년의 재확인, 6년의 검증, 1년의 유예 — 교회의 느린 절차는 그 오래 참으심을 배운 걸음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래 참으심은 무한한 미룸이 아닙니다. 돌이킴 없는 반복 앞에서, 목자는 결국 울타리를 세웁니다. 그래서 이단 판정은 정죄의 기계가 아니라 양 떼를 지키는 울타리이고, 그래서 느리고, 그래서 무겁습니다.
잣대는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유명해도 재고, 성경을 번역했어도 재고, 교회가 커도 잽니다. 그런데 교회사는 여기서 한 장을 더 넘깁니다. 이단을 판정하던 교회가, 도리어 교회를 지키려던 한 사람을 판정해 버린 사건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메이첸입니다. 다음 글에서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근거·자료
등급: A=직접 증거(원문·공식 문서) / B=학술·연구 / C=참고·한계 명시
- A 교단 총회 공식 결의: 예장통합 제111회(2026-09-16, 전광훈 목사 ‘이단성’ 결의 — 찬성 642·반대 364) / 예장합동 제111회(2026-09-15, 정동수 목사 ‘이단’ 재확인 — 출석 1,164명 확인 후 만장일치) / 예장고신 제76회(2026-09-17, 정동수 목사 ‘이단’ 규정) / 예장합신 제111회(2026-09-15, 기쁨의교회 ‘이단’ 규정·교류 금지)
- A 1차 보도 대조: 뉴스앤조이(2026-09-16), 노컷뉴스(2026-09-15), 국민일보(2026-09-17·09-18), 주간기독신문(2026-09-15)
- A 성경 본문: 디도서 3:10, 베드로후서 3:9 —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 B James R. White, The King James Only Controversy (Bethany House, rev. 2009) — 킹제임스 유일주의 논쟁의 표준적 개관
- B D. A. Carson, The King James Version Debate (Baker, 1979); 직통계시·신사도 쟁점은 지난 글의 Geivett & Pivec 2종 참조
- C 명시적 한계: 소명 절차를 둘러싼 이견과 일부 소송은 진행 중이며, 본 글은 그 당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결의 내용은 2026-09-15~18 교계·일반 보도로 대조했으며, 각 총회 회의록 전문 공개 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습니다.
함께 읽기: 총회는 어떻게 이단을 결정하는가 — 결과가 아니라 ‘잣대’를 읽는 법 (이 글의 전편). 다음 글 예고: 「이단을 판정하던 교회가, 그를 판정했다 — 메이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