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⑬
—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보면, 생각보다 멀리 와 있을 때가 있습니다.

말이 너무 날카로웠던 저녁. 마음을 닫은 채 버틴 저녁. 사람에게서, 그리고 하나님에게서 조금씩 멀어진 하루. 그런 저녁에 누가복음 15장의 한 청년을 떠올립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받아 먼 나라로 떠난 둘째 아들. 가진 것을 다 허비하고, 흉년이 들자 남의 집 돼지를 치게 됩니다.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로라도 배를 채우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눅 15:16). 그 바닥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됩니다.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 누가복음 15:18,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그는 결심이 대단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버틸 곳이 없어서 일어났습니다. 성경은 그 순간을 “이에 스스로 돌이켜”(눅 15:17)라고 적습니다. 제정신이 돌아왔다는 말입니다. 돌아감은 거창한 결단보다, 정직한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돌아가기로 했다는 것, 그것이 이미 은혜의 첫 줄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멀리 간 자녀를 잊어버리는 분이 아니라, 돌아올 길을 끝까지 열어 두시는 분입니다. 청년이 아직 돼지우리에 앉아 있을 때도, 아버지의 집 문은 닫혀 있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 돌아서는 발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함께 묵상할 질문

  1. 오늘 하루, 내가 하나님과 사람에게서 조금 멀어진 자리는 어디였습니까?
  2. 거창한 결심 대신, 오늘 밤 정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한 문장은 무엇입니까?

「쉼표 묵상」 5차 연작 「돌아오는 자리」는 돌아섬 — 기다림 — 맞이함으로 이어집니다. (13편 · 5차 아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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