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렇습니다. 가정을 지키고, 일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고. 지킬 것들의 목록을 세다 보면 눈이 말똥말똥해집니다. 저도 그런 밤이면 천장을 오래 봅니다.
시편 121편은 순례자의 노래입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밤길, 산은 어둡고 길은 멉니다. 순례자가 묻습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시 121:1). 그리고 답이 옵니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 시편 121:3-4,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이 짧은 시에 ‘지키다’라는 말이 여섯 번 나옵니다. 시 전체가 한 단어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그 지키시는 분에 대해 시인은 두 겹으로 말합니다.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신다. 깜빡 조는 일도, 아예 잠드는 일도 없다는 뜻입니다. 감시가 아니라 보초입니다. 나를 살피는 눈이 아니라, 나를 위해 깨어 있는 눈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불침번을 맡기고 주무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재우고 당신이 깨어 계시는 분입니다. 지키는 일은 처음부터 그분의 직무였습니다. 우리가 대신 맡겠다고 잠을 반납할 때, 우리는 그분의 자리에 서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지키느라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나를 지키시느라 잠들지 않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둘 다 깨어 있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킴은 그분의 일. 잠듦은 오늘 나의 일.
이제, 불을 끕니다. ……
함께 묵상할 질문
- 내가 ‘내려놓으면 무너질 것 같아’ 밤에도 붙들고 있는 지킴의 목록은 무엇입니까?
-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목록을 한 줄씩 소리 내어 그분께 인계한다면 첫 줄은 무엇이겠습니까?
「쉼표 묵상」 2차 연작 「밤을 지나는 법」은 내려놓음 — 지키심 — 새로움으로 이어집니다. (5편)
이 글이 어떠셨나요? 한 번의 클릭이 다음 글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