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너무 자주 써서, 닳아 버린 말입니다. “은혜받았습니다.” “은혜로웠습니다.” 좋은 예배, 좋은 찬양, 좋은 기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동전도 오래 쓰면 새겨진 얼굴이 흐려집니다.
오늘의 원어
χάρις
카리스
값없이 주는 선물
헬라어 카리스는 값없이 주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그 선물이 받는 사람 안에 일으키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기쁨을 뜻하는 말 카라와 뿌리가 같습니다.
카리스에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것. 조건이 앞에 붙는 순간, 카리스는 카리스가 아닙니다. 삯이 됩니다. 세상의 선물은 대개 오고 갑니다. 받았으니 갚아야 하고, 갚았으니 또 받습니다. 하나님의 카리스는 방향이 하나입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 에베소서 2:8,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바울은 굳이 한 구절을 끼워 넣습니다.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구원의 출처에서 우리 쪽을 완전히 지워 버립니다. 믿음조차 우리가 내미는 값이 아니라, 선물을 받아 드는 빈손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거래하시는 분이 아니라 주시는 분입니다. 받을 자격을 먼저 물으시지 않고, 받을 손을 먼저 찾으십니다.
받을 자격을 내려놓는 자리에서, 은혜는 다시 새 말이 됩니다.
오늘 당신이 값 치르지 않고 받은 것은, 무엇입니까?
함께 묵상할 질문
- 나는 은혜를 받고도 어느새 ‘갚아야 할 빚’으로 바꾸어 들고 다니지 않습니까?
- 오늘 아침 값없이 받은 것 세 가지를 적어 본다면 무엇입니까?
「말씀 원액」은 아침마다 새로운 말씀 원액 한 방울 — 원어 한 단어로 하루를 여는 짧은 묵상입니다. (7편 · 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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