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⑳
— 길을 혼자 쥐고 있던 저녁

지도 앱이 경로를 다시 탐색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계획표에는 빈칸이 없었습니다. 갈림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답을 정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길은 자주 내 계산 밖으로 휘어집니다. 이력서 한 줄을 지우고, 일정을 다시 짜고, 그러다 보면 저녁이 됩니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길을 혼자 쥐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잠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길을 찾는 법보다 먼저, 길을 맡기는 법을 가르칩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 잠언 3:5-6,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는 말은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내 생각을 마지막 기댈 곳으로 삼지 말라는 말입니다. 명철은 좋은 도구입니다. 그러나 도구가 주인이 되면 사람은 지칩니다.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는 말은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길목에서 그분이 계심을 인정하라는 초대입니다.

약속은 그다음에 옵니다. 길을 지도하시는 이는 내가 아니라 그분이십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도를 건네고 물러나시는 분이 아니라, 길을 함께 걸으며 곧게 하시는 분입니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한 굽은 길까지 이미 아시는 분입니다.

오늘 밤은 경로를 다시 짜지 않아도 됩니다.

시동을 끄고 핸들에서 손을 떼십시오. 길은 그분의 손에 있습니다.

함께 묵상할 질문

  1. 요즘 내가 가장 꽉 쥐고 있는 계획은 무엇입니까?
  2. 그 계획의 한 길목에서, 오늘 하나님을 인정하는 작은 행동은 무엇일 수 있습니까?

「쉼표 묵상」 소연작 「말 없는 밤」은 셈을 멈춤 — 길을 맡김 — 소리를 끔 — 말을 잃음 — 몸을 눕힘으로 이어지며, 말이 끊긴 자리에서 대신 탄식하시는 성령께 닿습니다. (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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