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⑲
— 모자람을 세던 손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다시 선반에 올려놓은 날이 있습니다.

퇴근길에 잔액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서 하나를 빼고, 계산을 하고 또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현관에 들어서면 남는 것은 늘 모자람입니다. 무엇이 부족한지는 정확히 알면서, 무엇이 이미 주어졌는지는 잘 세지 못합니다.

다윗도 셀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쫓기던 날이 있었고, 잃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시편 23편을 계산서가 아니라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 시편 23:1,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부족함이 없다”는 말은 창고가 가득 찼다는 뜻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돌보는지를 안다는 뜻입니다. 양은 내일 먹을 풀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목자가 압니다. 그래서 다윗은 이어서 고백합니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신다고(시 23:2). 눕는 일조차 목자가 이끄시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바뀝니다.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가가 아니라, 나의 목자가 누구신가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양의 필요를 양보다 먼저 아시는 목자이십니다. 모자람을 세는 우리를 꾸짖기보다, 먼저 풀밭으로 데려가 누이시는 분입니다.

오늘 밤은 계산을 내려놓아도 됩니다.

세던 손을 멈춘 그 자리에서, 목자가 일하십니다.

함께 묵상할 질문

  1. 오늘 하루, 내가 가장 오래 세고 있던 모자람은 무엇이었습니까?
  2. 그 모자람 대신, 이미 받은 것 하나를 이름 불러 본다면 무엇입니까?

「쉼표 묵상」 소연작 「말 없는 밤」은 셈을 멈춤 — 길을 맡김 — 소리를 끔 — 말을 잃음 — 몸을 눕힘으로 이어지며, 말이 끊긴 자리에서 대신 탄식하시는 성령께 닿습니다. (19편 · 소연작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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