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알바하면 죄인가요?

주일 근무표를 받아 든 날, 예배당 대신 매장 문을 열던 청년의 얼굴을 저는 기억합니다.

짧게 답하면

주일에 일했다고 그 자체로 죄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일은 하나님이 주신 쉼과 예배의 선물입니다. 일이 그 선물을 계속 밀어낸다면, 일정을 바꿀 길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성경은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십계명의 넷째 계명은 안식일을 기억하라고 명령합니다(출 20:8). 그런데 같은 계명이 신명기에서는 다른 이유와 함께 나옵니다. 너희가 애굽에서 종이었던 것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신 5:15).

원어로 보면

שַׁבָּת

샤바트

멈춤, 그침

히브리어 · 출애굽기 20:8

샤바트는 “그치다, 멈추다”라는 동사에서 왔습니다. 애굽의 종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쉬지 못하는 것이 종의 표시였다면, 멈출 수 있는 것은 자유인의 표시입니다.

예수님은 이 날을 사람을 묶는 규정으로 만드는 일에 반대하셨습니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셨고, 굶주린 제자들을 변호하셨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 마가복음 2:27,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초대교회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주간 첫날에 모였습니다(행 20:7). 요한은 이 날을 “주의 날”이라 불렀습니다(계 1:10).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 주일은 부활하신 주님 앞에 멈추는 날이 되었습니다.

개혁교회는 이 날에도 생명을 지키는 일과 긴급한 일은 할 수 있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병원과 소방서는 주일에도 문을 엽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03문은 넷째 계명의 핵심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부지런히 모이는 것, 그리고 평생 악한 일을 쉬어 영원한 안식을 이 땅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서 이 질문이 아픈 이유

한국교회는 주일성수를 신앙의 기본으로 지켜 왔습니다. 그 신실함은 귀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등록금과 월세를 홀로 감당하는 청년에게 “주일에 일하면 죄”라는 말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청년은 예배와 생계 사이에서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느낄 것입니다. 교회는 그 청년에게 정죄의 말을 먼저 했습니까, 함께 길을 찾는 손을 먼저 내밀었습니까? 반대로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주일을 너무 쉽게 내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현실적인 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장님께 예배 시간만큼은 빼 달라고 정중히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오후나 저녁 예배가 있는 교회라면 근무 시간을 그에 맞춰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일 근무가 몇 달씩 이어진다면 그 일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이런 질문이 자주 올라옵니다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의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주말 근무가 가능한 사람만 뽑는다는 공고 앞에서 망설인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주일성수를 강조하시고, 다니는 교회에는 오후 예배가 없습니다. 생활비는 당장 필요합니다. 결국 몰래 일을 시작하고, 주일마다 죄책감을 안고 출근한다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이런 분께는 혼자 결정하지 말고 담임목사님과 먼저 상의하시라고 권합니다. 근무 시간 조정, 다른 시간대 예배, 일자리 변경 가운데 길을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숨기는 신앙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 본문에 드러난 하나님의 성품

하나님은 사람을 종으로 부리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애굽에서 건져 내신 백성에게 먼저 쉼을 명령하셨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사랑하셔서, 일에 삼켜지지 않도록 지키시는 분입니다.

당신의 한 주 안에, 하나님 앞에 멈춰 서는 시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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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답변: 지중배 (성경강해학 박사 · 한국성서대 외래교수)

남양주 다산에서 담임목사가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