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 영혼에게 건네는 귀가 인사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도 한참 문 앞에 서 있던 밤이 있습니다.

몸은 집에 왔는데 마음은 아직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내일 회의 자료가 떠오르고, 낮에 들은 말 한마디가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퇴근은 했는데, 귀가는 하지 못한 셈입니다.

시편 116편의 시인도 먼 길을 돌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사망의 줄이 그를 두르고 스올의 고통이 그에게 이르렀습니다(시 116:3). 그런 그가 겨우 숨을 돌린 자리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영혼에게 말을 겁니다.

“내 영혼아 네 평안함으로 돌아갈지어다 여호와께서 너를 후대하심이로다” — 시편 116:7,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내 영혼아”라는 부름이 먼저 나옵니다. 시인은 자기 영혼을 꾸짖지 않습니다. 이름을 부르듯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돌아갈지어다”라고 말합니다. 쉼은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영혼에게도 집이 있습니다.

그 집으로 돌아갈 근거는 시인의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이미 넉넉히 대해 주셨다는 사실, 곧 후대하심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고백이 그 후대하심의 목록입니다.

“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 — 시편 116:8,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영혼과 눈과 발. 하나님은 목숨만 건지신 것이 아니라 눈물과 발걸음까지 챙기셨습니다. 오늘 하루 흘린 눈물도, 헛디딘 발걸음도 그분의 관심 밖에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친 자녀에게 더 버티라고 재촉하시는 분이 아니라, 돌아올 자리를 먼저 마련해 두시는 분입니다. 영혼의 귀가는 우리가 잘해서 얻는 상이 아니라, 이미 베푸신 후대하심 위에 서는 일입니다.

오늘 밤, 몸만 들여보내지 말고 영혼도 불러들이십시오.

내 영혼아, 이제 집에 왔다.

함께 묵상할 질문

  1. 오늘 몸은 집에 왔지만 마음이 아직 머물러 있는 자리는 어디입니까?
  2. 오늘 하나님이 나를 후대하신 일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오늘 저녁 받은 묵상을 댓글로 나눠 주세요.

「쉼표 묵상」 소연작 「하루를 아시는 분」은 귀가 — 아심 — 붙드심 — 기억하심 — 평강으로 이어지며, 하루를 마친 손이 하나님의 손에 닿는 흐름입니다. (24편 · 소연작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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