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묵상 ㉓
— 눕는 것도 믿음입니다

누운 채 천장을 한참 바라본 밤이 있습니다.

시계 숫자만 계속 바뀝니다. 베개를 뒤집고, 내일 일정을 떠올리고, 생각은 하나씩 늘어 갑니다. 몸은 누웠는데 마음은 아직 일어나 있습니다.

시편 4편은 다윗의 저녁 기도입니다. 그의 영광을 욕되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시 4:2), 누가 우리에게 선을 보이겠느냐고 묻는 불안한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시 4:6). 상황이 정리된 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기도를 마칩니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 — 시편 4:8,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다윗이 평안히 누울 수 있었던 근거는 문제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키시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여호와”라는 말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문을 잠그는 내 손도, 내일을 준비하는 내 계획도 나를 안전히 살게 하지 못합니다. 그 일은 오직 여호와의 일입니다.

그래서 눕는 것도 믿음입니다. 잠든다는 것은 통제를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깨어 있지 않아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 일, 그것이 잠입니다.

여기 하나님의 성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밤에도 자녀를 지키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십니다(시 121:4). 아버지가 깨어 계시기에 자녀는 잘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안전은 우리의 경계심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지키시는 아버지의 신실하심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밤은 눈을 감아도 됩니다.

아버지께서 깨어 계십니다. ……

함께 묵상할 질문

  1. 오늘 밤 나를 잠들지 못하게 붙잡는 생각 하나는 무엇입니까?
  2. 그 생각을 지키시는 아버지의 손에 맡긴다면, 어떤 한 문장으로 기도할 수 있습니까?

「쉼표 묵상」 소연작 「말 없는 밤」은 셈을 멈춤 — 길을 맡김 — 소리를 끔 — 말을 잃음 — 몸을 눕힘으로 이어지며, 말이 끊긴 자리에서 대신 탄식하시는 성령께 닿습니다. (23편 · 소연작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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